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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로 도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때나 그랬듯이 서적들을 읽고 있습니다. 현재는 남들에게 추천할 게 못되는 책으로 구약성경 주석하는 방법을 계속 읽는 중인데, 아무래도 히브리어와 여럿 문서비평에 관한 학자들의 보편적인 입장이 드러나다 보니 이제는 그려려니하고 있습니다. 다만 뭐랄까, 읽는 게 문제라고 생각되기보다는 한 단어가 계속 거슬리는 게 문제였는데, 바로 신탁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신탁이라는 단어 자체가 해당 책에서 가지고 있는 의미는 이렇습니다.

 

신탁(神託): 신이 사람을 매개자로 하여 그의 뜻을 나타내거나 인간의 물음에 대답하는 일. [국립국어원]

 

이 단어가 영어로는 oracle이라고 하는데, 흠정역 성경에서는 그 단어를 말씀이라고 번역했으니, 신탁이라는 단어를 성경에서 찾아볼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죠.

 

제가 신탁이라는 단어를 거슬리게 생각했던 이유는 딱 한 가지였습니다. 하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만화나 자료들을 어린 시절에 상당히 본 덕에 신탁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 굳혀져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주요 인물이 신전 가서 올림포스 신들 중에서 한 신에게 질문하여 해답을 요청하는 식의 이미지…..가 하도 먼저 떠오르니, 대언자들이 주의 말씀을 받아서 전달하는 것 또한 신탁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괴리감을 느낀 나머지 이미지 매칭이 안 되었었습니다. 지금이야 별 문제없이 신탁이라는 단어를 이해합니다만, 생각해보니 저 자신이 소름 돋는 경험을 했다는 것을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당시만 해도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한창 유행이었을 때라 이러한 흐름의 물결을 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그림도 섬세했고, 재미있기도 했던 데다, 교실 내에 비치하는 도서로서도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그 당시에 보던 신화에서 나오는 신탁에 대한 이미지가 제 뇌리에 오래도록 있었으니, 이제 와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성경을 바라볼 때에 세상에서 비롯된 잔재들이 성경을 바라보는 데 이렇게 큰 문제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나날이랄까요? 분명 대언자들도 주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들을 전달받고 전달하는 입장에서 볼 때 신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가 문제였을 뿐…..만일 제게 자녀가 생겨서 아이들이 대언서를 읽고 있는 상황이 오거든, ‘신탁이라는 단어에 대한 성경적인 설명을 잘 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먼저 뇌가 찌들어서(?) 저 같은 실수를 하기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을 아는 지식에서 단어의 의미와 그 이미지를 정립시키는 것이 중요할 테니까요.

  • profile
    David 2020.08.12 10:15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게 참 중요해요. ㅎㅎㅎ
  • profile
    plan-B 2020.08.13 11:02

    '신탁' 하면 '믿을 신'의 信託이 먼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신탁통치, 신탁은행 등등...

    다니엘모스 님이 고민한 神託 또한 '귀신 신'으로 오해의 소지가 많죠. 지금은 개역개정마저 '영'으로 바뀌었지만, '주의 신을 내가 떠나...'라는 노래도 있을 만큼 시편 139:7은 '신'을 잘못 활용한 예 중 하나인데, 무당이 부르는 '그분'도 각종 '신'이라서 그냥 신탁이라 하면 온갖 잡신이 다 숟가락을 얹기 때문에...

    그래서 '신탁'을 '주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이미 베린 단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배경을 잘 설명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네요.

    '평화'를 천주교에 빼앗기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신천지에 빼앗기고, '휴거'를 다미선교회에 빼앗기면 교리와 말씀까지 빼앗기기 때문에 우리의 전쟁은 일종의 단어 전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단어가 특정 방향으로 딥러닝되는 횟수가 많을수록 개념이 형성된다고 하는데, 이슈를 선점하는 쪽이 승리한다고 하니 지켜야 할 단어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혼을 잃거나 세력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겠습니다.

    갑자기 <신비한 성경 단어사전> 같은 책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ㅎㅎ

  • profile
    searcher 2020.08.14 09:02
    그리스 로마 신화 19금 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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