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크리스마스 시즌이 가까운 시점에, 이벤트랍시고 세일 홍보하는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의 유혹을 뿌리치고, 방구석을 잠시 밖으로 나와서 공원 내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보다가, 돌아다니는 연인들의 풋풋한 분위기에 못 이겨 결국 근처 중고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그런 하루를 보낸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교회 형제님들과 함께 거리설교와 거리전도로 시간을 보냈던 주일은 저에게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교회 스티커가 붙여진 간식 팩을 전달하려던 다른 교회 청년들이 어쩔 줄을 모르고 도로 돌아가버리는 걸 보니 우리 교회가 건강하고 복음적인 교회였음을 다시금 생각하기도 했었죠.
일반 교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한답시고 주로 칸타타, 연극, 또는 현란한 춤 등으로 2019년 12월 22일을 보냈을 텐데, 옛날에 그런 일들에 협조(?)하던 어린 시절을 이제 와서 뭐라 따질 수는 없겠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자! 우리를 위해 예수님께서 오셨다!” 정도의 가사나 멘트나 슬로건이 복음 전도나 혼의 구원에 있어서 상당히 부실하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에, ‘내가 교회 내 공연을 위해 춤 연습을 하며 노력했던 순간들이 과연 복음 전도에 유익이 되었고, ‘하나님께 영광’이 되었을까?’ 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게 됩니다…..
이왕 크리스마스 연휴를 복음 전도를 위한 수단으로 쓰고자 하시거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만을 기억해선 절대 안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을 육신으로 입고 처녀의 몸에서 태어나시는 과정을 통해서 이 땅에 오셨던 사실과 그 목적을 바로 알고 복음을 전하는 데에 이르러야 하겠습니다. 물론, 복음 전도의 과정 속에서 그분이 십자가에서 못 박히시고 3일 후에 부활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강조하는 것 또한 잊지 마셔야 하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 때에 언급되는 주요 성구들은 대개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과 직접적으로 연관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주요 성구들이 성경 신자들이 보기에 좀 씁쓸한 부분들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대수롭게 여겨지는 편입니다. 간단하게 두구절만을 짚어볼까요?
1. 임마누엘
‘임마누엘’이 신약에서는 마태복음 1장 23절에 언급됩니다. 이사야 7장 14절에서 처음으로 선포되어 기록되었고, 마태는 이에 더불어 그 뜻이 무엇인지를 번역해서 드러냈습니다. 문법에 조금만 신경을 쓰신다면 어디가 거슬리는 지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이미 그러신 분도 많이 계실 테고요.
보라, 처녀가 아이를 배어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들이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것을 번역하면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이라는 뜻이라. [흠정역]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개역개정]
보면 아시겠지만 하나님께서 주어로 배치되셨느냐, 아니면 수식되는 명사로서 배치되셨느냐, 이러한 차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ESV 본문은 이사야서 7장 14절에 해당하는 각주에, 임마누엘의 뜻은 God is with us. 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고 적어놓음으로써 개역개정판의 번역을 지지해주는 듯 하지만 정작 신약에서는 God with us 라고 번역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오히려 NIV는 각주나 본문에도 God with us라고 동일하게 쓰여 있는데 말이죠.
베이커 성경 사전과 YBM 영어 사전도 임마누엘의 뜻이 ‘God with us’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이라고 말하고 있고, 라디오 설교자인 버논 매기 설교자 역시 다른 말 안 하고 위와 같은 번역을 지지했습니다. 그분의 설교 내용은 우리의 입장을 대변합니다.
“그들이 그분을 예수님이자 구원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믿습니까?
킹제임스 성경이 마태복음 1장 23절에서 뚜렷하게 드러낸 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이시란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데 있어 어딘가 많이 부족한 번역입니다. ‘하나님이 ~다.’ 혹은 ‘여호와는 ~다.’ 라는 형태의 의미를 가진 이름들은 구약 시대의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들과는 달리 임마누엘이라는 이름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이러하시다~ 하고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곧 우리와 함께 계시는 그 하나님이심을 드러내셔야만 했고, 처녀 탄생이라는 대언 성취를 통하여 그렇게 하셨습니다.
언젠가 WCBC 신학교의 마이클 레스터 (Michael Lester) 교수님께서 성경 번역자의 기준으로 ‘그리스도론에 있어서 올바른 성경적 교리를 견지하고 있는가?’ 가 중요하다고 가르치신 적이 있는데, 우리는 킹제임스 성경 번역자들이 그리스도론에 있어서 올바른 교리를 견지한 자들이었음을 위 본문을 통해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경 신자들은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이심을 바로 알고 바로 전할 수 있는 자들이기도 한 것입니다!
2. 천사들이 뭐라 찬양했는가?
누가복음 2장 역시 크리스마스 설교 때 교회에서 많이 채택되는 본문입니다. 특히 14절이 가장 잘 부각되곤 합니다. 슬프게도, 비평 본문들이 누가복음 2장 14절의 하반절을 변개시킴으로써 천사들이 하나님을 어떻게 찬양했는지를 혼동하게 만들었고, 일반 성도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큰 소리로 선포하며 읽는 광경이 늘 이맘때에 일어나곤 합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와 사람들을 향한 선하신 뜻이로다, 하니라. [흠정역]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개역개정]
암만 봐도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본문의 문제입니다. “뭐 찬양했으면 됐지, 뭘 더 따지냐?” 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하나님께서 자신이 ‘어떻게’ 찬양받으셨는지조차 기억 못하시는 분이 아닌 이상, 누가복음 2장 14절의 바른 본문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우선 개역개정판이나 현대 역본대로 읽는다면 여러모로 의문점이 생기는데,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이 특히 걸림돌이 됩니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부가적인 설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상의 모호성도 문제인 동시에 대상이 가지고 있는 범위 또한 본문을 읽을 때 괴리감을 느끼게 합니다. 천사들은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며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는데, 개역개정판의 본문대로라면 그리스도의 탄생은 특정 대상에게만 평화를 주기 위해서 일어난 기쁜 소식이 됩니다. 누가복음 2장에 나오는 시므온, 그리고 안나 같이 메시아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아기 예수님을 본 사람들을 근거로 본문의 타당성을 얘기하는데, 애초에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가 몇 안 되는 대상에게만 평화를 주기 위해서였습니까? 하나님께서는 결코 제한된 대상만에게 평화를 주시려고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신 것이 아닙니다. 결국 현대 역본이 채택한 본문은 모든 창조물에게 (막 16:15) 복음을 선포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명령과 충돌하게 됩니다.
여러 면에서 난제를 가지고 있는 현대 역본들의 본문과는 달리, 킹제임스 성경 본문은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신 사건이 ‘평화’이자 ‘사람들을 향한 선하신 뜻’이라고 언급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의 태어나심은 평화와 사람들을 향한 선하신 뜻이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드러냅니다. 선하신 뜻이 누구를 향해서인지도 분명하고, 그리스도의 탄생이 땅에서는 평화를 주시기 위함임을 깔끔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제시된 그 평화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누릴 수 있는 것이었기에, 성경 신자들은 이 땅에 오셨으며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함으로써 사람들이 그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로써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것이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선하신 뜻이었음을 또한 알도록 해야하고요.
마치며
그리스도론적인 관점과 복음 전도라는 관점에서, 크리스마스 때 주로 언급되는 두 구절은 매우 중요하고, 킹제임스 성경은 이 두 구절을 바른 본문에서 바로 번역했습니다. 독립침례교회들처럼 성탄절의 진실을 알고 이 시즌에 어떠한 행사도 하지 않는 일이 오지 않는 이상, 적어도 일반 교회들에서도 킹제임스 성경 본문이 성도들의 입을 통해 울려퍼지는 그 날이 한시빨리 다가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탄생이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선하신 뜻인 것을 알고 있는 성경 신자들 모두가, 성육신의 이유와 목적을 상기하며 남은 연말에도 늘 그러하였듯이 복음을 전하며 새해를 준비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글이 좀 짧아졌기 때문인지...이전 글들에 비해 가독성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