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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편지] 

전주에 가면

수술 전에 기도해주는

마취과 의사가 있다?

 

위정복_전주마취통증의원 원장, 전주 온누리교회

 

 

성경 신자인 필자 위정복 형제님은 마취과 전문의로 사진과 서예, 팬플루트 연주에도 조예가 깊은, 다재다능하신 분입니다.^^ 작가로서 <창조 세계와 과학의 올바른 나침반>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지난 25년간 나는 늘 긴장감이 흐르는 수술실에서 환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는 마취통증시술을 해왔다. 그리고 마취과 주치의인 레지던트 1년차 때부터 초응급수술을 제외하고는 먼저 기도를 드린 다음 시작하였다.  

세월은 유수처럼 참 빠르기도 하다. 초등학교 등하굣길에 징검다리를 폴짝 폴짝 건너며 강물에 멱도 감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가끔 거울 앞에 서면 늘어만 가는 흰 머리카락과 눈가의 잔주름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마음속에 지난 추억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면 중년의 주름진 얼굴에 금세 미소를 머금게 된다. 

 

나는 소설가 故 이청준의 고향이자 감칠맛 나는 은어로 이름난 탐진강이 감돌아 흐르는 고장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유학자로 서당 훈장이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코흘리개 때부터 글방에 출입하며 서당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던 시간들, 끝없는 농사일을 도우며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광주로 진학한 일, 의과대학 본과 1년 봄 광주민주화운동 때 젊은이들을 무차별 학살하던 공포의 현장에서 동료들과 탈출을 시도해 사선을 넘던 경험, 그 해 난생처음으로 교회에 첫발을 내딛고 그 인연으로 전주예수병원에서 마취과 수련의 과정을 마치기까지…

추억의 필름들이 줄기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구마처럼 이어진다. 

 

사람은 많은 아픔과 시련이라는 다듬이질을 통해 강인하게 성장한다. 이처럼 주님은 한없이 부족한 나를 역경으로 단련시켜 기독의사로서의 소명을 주셨다고 믿는다. 특히 상처받은 환자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기에 안성맞춤이고, 신앙생활과 복음 전파에 적합한 예수병원에서 일하게 된 사실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

 

인턴을 마치고 전공할 과를 정할 때도 기도 후에 3D라는 마취과를 별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지금도 후회는 없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것은, 1년차 레지던트 시절, 수술 전에 환자를 위한 기도를 마치자 설대위(Dr. David John Seel) 원장님께서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격려해주신 일이다.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분은 한국전쟁 직후 어렵던 시절, 전주에 의료선교사로 오셔서 36년간 사랑의 인술을 펼치신 ‘한국의 슈바이처’였고, 예수병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던 분이다. 몇 년 전 주님의 부름을 받으셨지만 ‘모든 환자를 예수님처럼 대하라’라는 신조로 섬기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사랑과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지금 수술을 받게 될 사랑하는 아들/딸 ○○○ 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원하지 않은 사고(혹은 질병)로 고통 가운데 있사오니 합당한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도록 속히 회복시켜 주시옵소서. 이번 기회에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가 삼일 만에 부활하신 주님을 알게 하소서.

 

그리고 시련을 딛고 새롭게 태어나게 하소서. 또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과 돕는 간호사의 손길을 붙잡아 주시고, 주님의 뜻을 이루는 귀한 도구로 사용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수술실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보호자와 가족들에게도 마음의 평안을 부어주실 줄 믿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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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도를 중요하게 여겨 지속하는 이유가 있다. 먼저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지만 근본적으로 치유하시는 분은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인간은 세포 하나, 실핏줄 한 가닥도 만들 수도 그 기능을 조절할 수도 없는 창조물(創造物)이기에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창조주(創造主)이신 하나님께 기도하게 된다. 

 

오래전에 나도 직접 환자가 되어 치핵제거 수술을 받아보았지만 수술대에 누우면 누구나 두려움과 긴장감을 갖기 마련이다. 어떤 환자는 극심한 공포심으로 수술대가 진동할 만큼 바들바들 떨기도 한다. 수술하기 직전, 만감이 교차하는 이들의 손을 잡고 기도해주면 대부분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고,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다. 

 

수술을 하는 일반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안과, 비뇨기과, 치과 등 외과의사와 돕는 간호사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수술이라는 한 배를 타고 가는 의료진 모두가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때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이 지연되거나 출혈이 심할 때도 조용히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한다. 처음에는 좀 쑥스럽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어 계속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졌다. 간혹 기도하는 것을 깜빡 잊고 마취를 시작하려고 하면 수술 담당의사가 “왜 기도 안 하세요?”라고 물을 때도 있다.

 

*

 

기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도 많다. 한 번은 기도하고 난 뒤에 환자의 직업을 물어보니 “내가 목사요.”라고 하신다. ‘아차, 혹시 내가 기도할 때 실수는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혹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건 아닌가요?” 하고 농담조로 말을 건네면 “아니요, 의사 선생님이 기도해주시니 참 좋습니다.”라며 기분좋게 응수하신다. 

 

며칠에 한 번씩 서는 당직 날이면 예고 없이 생기는 응급수술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한밤 중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고 “삐리리~ 삐리리!” 공포(?)의 스마트폰 벨이 울린다. 

 

“선생님! 초산인데요, 분만 진행이 안 되고 태아 심박동 수가 떨어져 응급으로 제왕절개수술(C-section)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서둘러 오세요!”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는 선잠을 깨우는 확실한 무기다. 벨이 울릴 때마다 깊은 잠을 못 이루는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서둘러 병원에 도착한다. 이미 심한 진통으로 거의 탈진 상태가 된 산모는 나를 보자마자,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하며 애원 반 하소연 반 소리를 친다. 신속하게 마취 장비와 필요한 몇 가지 약품들을 점검한 후 전신마취나 하반신마취를 시작하면 약 5분 전후로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수술실을 가득 메운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수고한 모든 의료진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신고식이다. 

 

물론 이런 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에서는 여유 있게 기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기도하면서 마취에 열중한다. 힘찬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수술실은 어느 정도 안정감을 되찾는다. 

간혹 아기 상태가 나쁘면 마취과 의사는 인공호흡도 능숙하게 해야 하며, 전반적인 수술실 흐름을 잘 감지하고 마취된 환자의 상태를 계속 파악해 만일의 응급상황에 잘 대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수술실에 근무하는 마취과 의사를 종종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비행기 조종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수술이 끝나면 전신마취인 경우 환자가 안전하게 마취에서 깨어나도록 몇 가지 약물 투여와 처치를 한 다음 회복실로 옮긴다. 

 

“우리 아기 어디 있어요? 손발가락 열 개 맞나요? 다 정상인가요?” 

 

어렴풋이 의식을 되찾은 산모는 본능적으로 묻는다. 살을 찢는 아픔도 자기 분신인 새 생명을 얻은 기쁨 앞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것 같다. 

 

어떤 환자는 수술 후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 다시 수술실에서 만나기도 하는데, 나를 잊지 않고 “그때 기도해주신 마취과 선생님 아니세요?” 하며 반가워한다. 

 

*

 

얼마 전에는 병원 직원이 “선생님~ 병원 친절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전국적으로 소문이 났대요. 강사가 교육 중에 ‘전주에 가면 기도해주는 마취과 의사가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라고 전한다. 나쁜 소문은 아니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피곤할 때나 다루기 힘든 환자를 만날 경우, 가끔 기도할 마음이 나지 않을 때도 있는데, 부족한 나 자신을 반성하며 말씀 묵상으로 마음을 추슬러 보기도 한다. 

 

마취과학은 아직도 일반인에게 낯설고 베일에 가려져 있다.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면 참 신기하지만 이 세상 어떤 기계보다 더 정교한 인체를 다루는 일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하지만 무사히 끝났을 때 밀려오는 안도감과 만족감으로 늘 기쁘다. 그리고 내일은 어떤 환자를 만나게 될지 기대하면서 수술실에서의 내 하루 임무를 마친다. 

  • profile
    David 2018.02.15 12:55
    탐진강이 흐르는 곳,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를 갔던 그 곳, 저의 고향이기도 한 그곳에서 이렇게 믿음 있는 분이 태어나셨네요^^
  • profile
    올바른나침반 2018.02.24 21:21
    그럼 강진이 고향이시네요~^^
    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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